1. 오늘도 시작됐다… 식탁 앞 설전
"안 먹어!! 싫어!!!"
오늘도 우리 아이의 단호한 외침으로 식사가 시작됩니다.
에휴… 아직도 내 속은 익숙해지질 않아요.
반찬을 예쁘게 담고,
국도 미지근하게 식혀두고,
밥도 아이가 좋아하는 동그라미 그릇에 담았는데.
딱 한 숟갈 넣고는 “이건 안 먹을래”라고 하네요.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참습니다.
"그래, 그럼 이거라도 먹어볼까?"
다시 말을 건네보지만,
그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그러다 결국,
“과자 줘! 치킨 먹고 싶어!!”
…
밥 한 끼가 이렇게 힘들 일인가요?
정말, 누가 보면 엄청난 반찬투정이라도 받은 줄 알 거예요.
사실 오늘 메뉴는… 미역국이랑 계란말이.
어디 가서도 다들 "그건 애들이 다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메뉴잖아요.
그런데 우리 애는 달라요.
한 번 ‘싫어’ 걸리면, 그날은 그냥 끝.
2. 먹이려는 엄마 vs 안 먹겠다는 아이… 이게 전쟁 아니고 뭐람
"엄마는 너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이 말을 수도 없이 되뇌며
다짐도 해보고 다정도 베풀어 보지만,
현실은 참… 고되죠.
"우리 ○○이 오늘 유치원에서 뭐 먹었어?"
"밥 안 먹고 딸기 먹었어!"
(아… 또 과일만 먹었구나.)
어느 날은 제가 먼저 포기하고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게 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그래도 건강한 식습관은 어려서부터 잡아야 해.”
하고 다시 다짐하게 돼요.
그렇게 매일 저녁,
식탁 앞에서 반복되는 먹일까, 말까의 싸움.
웃긴 건 뭔지 아세요?
가끔은 저 혼자 마음속에서 화내고,
저 혼자 울컥해요.
아이 입에 들어가는 밥보다
내 마음속 화가 먼저 끓어오를 때가 많아요.
그때마다 혼잣말처럼
“이게 다 엄마가 부족해서 그런가…”
그런 말이 튀어나오곤 하죠.
하지만… 저도 잘하고 있는 거겠죠?
정말, 맞죠?
3. 엄마의 식탁은 밥상이 아니라 마음상이다
아이 밥 먹이는 건
그냥 ‘밥’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사실, 제 마음이 참 많이 달려 있어요.
“오늘도 잘 먹었다” 한 마디면
온몸이 쫙 풀리고,
“이건 왜 안 줘?” 하는 투정에도
기특하다, 싶기도 해요.
그런데 반대로,
밥을 툭 치거나,
"이거 너무 맛없어!"
이러면…
그날의 저녁은 제 감정도 함께 무너져요.
그 밥 한 끼에 제 하루의 자존감이 실려 있는 것 같달까요.
엄마의 식탁은 결국,
밥상이 아니라 마음상이더라고요.
아이를 위한 밥이지만,
사실은 엄마 자신을 위한 마음챙김이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
기대를 내려놓는 연습을 해요.
"오늘은 세 숟갈만 먹어도 괜찮다."
"먹지 않아도, 상처받지 말자."
"잘 먹는 날도 올 거야."
가끔은 아이가 갑자기 “엄마 맛있다~”라고 할 때도 있어요.
그 말 한 마디에
몇 주간의 좌절이 날아가요.
그러니까, 또 내일도 해보는 거겠죠.
💬 엄마의 마음으로, 다시 식탁 앞에 앉아요
밥 안 먹는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연습.
상처받지 않는 마음.
그리고, 잘했어—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
매 끼니가 이런 연습들의 연속이에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식탁 위에도
저와 같은 마음이 놓여 있다면,
우린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예요.
진심이에요.
그러니까 오늘도,
조금은 지치고
조금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다시 식탁 앞에 앉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