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라는 두 글자가 무겁게 느껴질 때
"엄마~!!"
하루에도 수십 번,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
처음엔 그 말이 참 따뜻하고, 고맙고, 벅찼어요.
어떤 날은 ‘이제 진짜 엄마가 됐구나’ 싶어 혼자 울컥하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였을까요.
그 ‘엄마’라는 소리가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엄마, 이것 좀 해줘.”
“엄마, 나 이거 안 돼.”
“엄마, 나 심심해.”
“엄마, 같이 놀자.”
“엄마, 나 이거 싫어.”
"엄마, 엄마, 엄마…"
하루 종일 들리는 그 말들이
내가 누군지 잊게 만들어요.
‘엄마’는 내가 되었고, 나는 점점 흐릿해졌죠.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로 시작해서,
밤에 잠들 때까지 ‘엄마’로 끝나는 하루.
아이가 잘 자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내 이름을 속으로 부르곤 해요.
"나야, ○○야. 오늘도 수고했어."
그런데 진짜로 가끔은요.
그 이름이 낯설게 느껴져요.
내 이름보다 더 자주 불리는 단어가
‘엄마’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그게… 어느 날은 조금 서럽기도 하더라고요.
2. 내가 사라진 하루들 속에서
거울을 봐요.
머리는 질끈 묶여 있고,
얼굴엔 화장기 하나 없고,
옷은 아이에게 편한 재질의 티셔츠.
전엔 나름 좋아하던 옷도 있었고,
아이라도 데리고 나가면 ‘꾸민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아무거나 입고,
하루를 버티는 게 먼저가 됐어요.
예전엔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를 위해 커피 한 잔 마셨는데,
요즘은 커피잔을 들고도
아이의 간식, 장난감, 치운 빨래에 정신 팔려
식은 커피를 다시 데우고, 또 식고, 또 잊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해맑죠.
“엄마, 나랑 놀자!”
"엄마, 이거 봐봐~"
아이 입장에선 그게 당연한 요구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그 요구가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잠깐만, 엄마도 좀 쉬자…"
이 말을 꺼내기도 미안해서
그냥 웃으며 "그래~" 해버려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죠.
"오늘도 나는 없다."
3. 그럼에도, 다시 ‘엄마’로 선다
그런데도요.
저는 매일 아침 다시 눈을 뜨고
‘엄마’로 살아가요.
정말 신기하죠.
그토록 무겁고,
그토록 숨 막히는 그 이름인데도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서 있는 걸 보면요.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면,
“아… 오늘 하루도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가 알아주진 않아도,
나 스스로가 뿌듯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는 나의 히어로야.”
그 짧은 한 마디에
얼마나 울컥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고된 하루 속에서도
아이에게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오늘도 버겁지만,
다시 ‘엄마’로 살아갑니다.
비록 내가 사라진 것 같고,
내 이름이 희미해졌지만
그 안에는 **가장 진짜인 ‘나’**가 있는 걸 알아요.
🌼 엄마라는 이름이 버거운 날엔
엄마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질 때,
괜찮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에요.
모든 엄마들이 겪는 이 모호한 감정.
사랑과 책임 사이의 혼란.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가
진심으로 이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때론 힘들어도,
울고 싶어도,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아이를 안고,
웃고, 또 살아갑니다.
그리고 매일 밤,
다짐해요.
"오늘도 엄마로, 잘 버텼어.
그리고 그 누구보다,
내가 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