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도 감정을 제대로 나누지 않으면 오해가 쌓입니다.
저는 감정을 숨기던 습관을 내려놓고, 진짜 마음을 표현하는 집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 좋은 감정뿐 아니라 서운함과 짜증도 털어놓기
저는 늘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곤해도 웃고, 서운해도 괜찮은 척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억누른 감정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가 물을 쏟은 사소한 일에도 크게 화를 내고,
남편의 농담에도 서운함이 폭발해 버렸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숨긴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쌓였다가 결국 터진다는 것을요.
그래서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분이 상했을 때는 바로 말하는 것부터.
"조금 서운했어."
"오늘은 힘들어서 예민해."
"이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져."
처음에는 남편도, 아이도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감정 표현이 쌓이자
오히려 우리 가족 모두가 더 편안해졌습니다.
말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보다,
작은 서운함이라도 바로 말하는 것이 훨씬 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자 수잔 존슨은 "정서적 접근성은 가족 간 신뢰를 쌓는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
감정을 드러낼 때, 가족은 더 깊이 연결된다고 합니다.
소소한 팁
서운함이나 짜증을 말할 때는 '너 때문에' 대신 '나는 이렇게 느꼈어'로 표현하세요.
예: "너 때문에 화났어" 대신 "나는 이 상황이 답답했어."
2."왜?" 대신 "그랬구나"로 감정 받아들이기
아이와 남편이 속상하거나 짜증 날 때, 저는 본능처럼 "왜 그래?"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왜’는 따지거나 변명을 강요하는 질문이라는 것을요.
특히 아이는 "왜 우냐"라고 할 때마다 울음을 꾹 참았고,
남편은 "왜 그렇게 예민하냐"는 말에 대화를 끊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왜?" 대신 "그랬구나."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주는 말로요.
아이가 학교에서 울고 돌아온 날,
저는 "왜 울었어?" 대신
"그랬구나, 속상했겠네"라고 말했습니다.
남편이 피곤해 보일 때도
"왜 기운이 없어?" 대신
"오늘 많이 힘들었구나"라고 건넸습니다.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아이도, 남편도
방어하지 않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감정이 해소되니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공감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누군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때, 우리는 진짜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소소한 팁
다른 가족이 속상한 이야기를 꺼낼 때,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고 "그랬구나" 한마디 먼저 해보세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위로가 됩니다.
3. 감정 일기 쓰며 서로 이해하는 시간 갖기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매일 자기 전에 짧은 감정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형식은 단순했습니다.
오늘 하루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을 한 단어로 쓰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한 줄로 적는 것.
예를 들면,
- "기쁨: 친구와 같이 놀았다."
- "짜증: 숙제가 너무 많았다."
- "감동: 아빠가 케이크를 사 왔다."
처음에는 귀찮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 일기는 가족 안에서 감정 대화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어떤 날은 아이가 “오늘 짜증 났어”라고 적고는 이유를 털어놓기도 했고,
남편도 "기뻤다"는 말 뒤에 작게 적은 "아들이랑 손잡고 산책해서"라는 글귀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가족 안에서 감정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정서적 문해력은 가족 내 갈등을 줄이고 유대감을 높인다"라고 말합니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가정의 탄탄한 기초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소소한 팁
감정 일기를 쓸 때 평가하지 말고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라고 인정해 주세요.
감정 표현은 허락받는 순간 자연스럽게 성장합니다.
결론
감정을 숨기는 대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좋은 기분이든, 서운함이든, 짜증이든.
그 모든 감정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순간,
가족은 훨씬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완벽한 대화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짜 내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고,
가족의 감정을 조금 더 따뜻하게 들어주려 노력합니다.
그 작은 변화들이 쌓여
우리 가족 안에 ‘진짜 마음이 흐르는 집’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