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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행복한가요? 감정 체크인 습관 만들기 (감정기록, 루틴, 자기돌봄)

by eungaon 2025. 4. 25.

감정체크


번아웃 이후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감정이 무뎌졌던 시기를 지나며, 저는 매일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인가요?’라고 묻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그 작은 질문이 삶을 바꾸는 출발이 되었습니다.


1. 감정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던 시기

우울증과 번아웃을 겪은 직후,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감정이 무감각해진 나’를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짜증도 정확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불편한 건 맞는데, 어떤 감정인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제 일기장에는 “오늘 하루는 그냥 지나갔다”라는 문장만 반복되어 있었습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특히 주부는 하루 종일 가족의 감정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정작 자기감정은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프면 걱정이라는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약 챙기기’, ‘학교 연락’, ‘식사 준비’ 같은 행동이 우선됩니다. 이처럼 실질적인 조치에 몰두하게 되면 내 감정을 인식할 틈이 사라지게 됩니다.

제가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우연히 본 책 한 구절 덕분이었습니다.
“감정은 일기예보처럼 매일 바뀝니다. 관찰하지 않으면 흐린 날만 기억하게 됩니다.”
이 문장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하루에 한 번 감정 체크인을 시작했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인가요?”라는 질문에 솔직히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소한 팁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색깔로 표현해 보세요. 예: 오늘은 회색 → 무기력 / 초록 → 안정 / 붉은색 → 분노


2. 감정 체크인, 이렇게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무작정 노트 한쪽에 감정을 적어봤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았다", "괜찮았던 하루였다" 이런 식이었죠. 그런데 이 방식은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글로 써야 하다 보니 부담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쉽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하나는 이모지 선택형 체크인입니다. 아침과 자기 전, 기분을 가장 비슷하게 표현한 이모티콘을 선택했습니다. 😊 😐 😞 😡 😴 이런 표정들 중 하나를 택하고, 그 아래 한두 줄로 이유를 적었습니다.


예: 😐 평범한 하루, 하지만 왠지 허전함. 남편과 대화 부족.


이렇게 간단하게 감정을 꺼내놓기 시작하니, 스스로를 관찰하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는 일주일에 한 번 요약하는 감정 일기입니다.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선택된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그 이유는 어떤 상황 때문이었는지를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처음엔 “일이 많아서”, “아이에게 화내서” 같은 단순한 원인밖에 없었지만, 나중엔 내가 어떤 패턴에서 반복적으로 감정이 무너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내가 한 일을 알아주지 않을 때 짜증이 폭발한다”, “일요일 밤마다 불안한 감정이 올라온다”는 식의 인식이 생기면서, 그 감정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부드럽게 흘려보낼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팁
이모지 체크인은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달력 앱에 표시해도 좋습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날에도 손쉽게 감정을 확인할 수 있어 꾸준함이 유지됩니다.


3. 감정을 자주 보는 사람이 결국 삶도 잘 돌봅니다

감정 체크인을 꾸준히 하면서 얻은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기분이 안 좋으면 무조건 참거나, 가족 탓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자주 들여다보니, 감정의 주체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퇴근 후 휴대폰만 볼 때 불쾌했던 감정도, 실제로는 ‘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돌보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는 외로움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남편을 탓하기보다 “오늘 너무 말이하고 싶었어”라고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제대로 알면, 표현도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또한 감정 체크인은 우울감 예방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체크인표를 보면서 ‘이대로 가면 또 무기력해질 것 같다’는 경고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생각보다 금방 고립됩니다. 특히 주부처럼 대화 상대가 제한된 사람일수록, 내 감정이 나조차도 모르게 무뎌지기 쉽습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시겔 박사는 “이름을 붙이면 길들일 수 있다(Name it to tame it)”라고 말했습니다. 감정에도 이름을 붙이는 습관은 그 감정을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시작점이 됩니다.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말로 꺼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회복은 충분히 시작됩니다.

 

소소한 팁
주간 감정 체크인을 할 때는, 기분 점수와 함께 “이번 주 나를 웃게 한 순간”도 함께 적어보세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점점 또렷해집니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결국 나를 돌보는 일입니다

감정 체크인은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하루에 몇 분, 스스로에게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인가요?’라고 묻는 작은 습관입니다. 이 습관은 내가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자기 돌봄의 방법입니다.

우울을 벗어나고, 번아웃에서 회복된 지금, 저는 이 질문을 매일 반복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을 다시 살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