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며 가족을 돌보는 주부로서 겪는 스트레스는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도심형 스트레스의 원인과 실천 가능한 해소 루틴을 소개합니다.
1. 서울살이 스트레스, 이런 방식으로 쌓입니다
서울에서 15년 넘게 살아오며 느낀 건, 이 도시의 속도는 사람의 마음을 빠르게 지치게 한다는 점입니다. 아침마다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조차도 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하거나 피곤함이 가득합니다. 저 또한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부로서의 스트레스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 깊이는 상당합니다. 아이 학교 준비, 남편 도시락, 시댁·친정 챙기기, 명절 준비, 대소사 등 신체적인 노동 외에 감정적인 부담까지 따릅니다.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것’이라며 참고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는 점입니다.
저는 처음에 눈꺼풀이 자주 떨리고, 이유 없이 어깨가 결리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증상들을 무심코 넘겼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이 모든 증상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소한 팁
아침에 눈뜨자마자 핸드폰 대신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며 3분간 호흡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짧은 3분이 하루 전체 리듬을 바꾸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2. 일상에서 시작한 스트레스 해소 루틴
본격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생활 루틴을 만든 건, 병원 진료 결과에서 별다른 병명이 없다는 말을 들은 후였습니다. 저는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돌보지 못한 게 있었구나’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실천한 루틴은 어렵거나 거창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꾸준한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일기 쓰기입니다. 매일 저녁 식사 후, ‘오늘 나를 힘들게 한 것 한 가지, 기분 좋았던 것 한 가지, 고마운 사람 한 명’을 짧게라도 적었습니다. 생각보다 감정 정리가 빨리 되었고, 자기 전 머릿속이 정리되어 숙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주간 장보기 산책입니다. 원래는 인터넷 장보기를 주로 했지만, 일부러 재래시장이나 가까운 마트를 걸어 다녔습니다. 무거운 장바구니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물리적인 움직임이 뇌에 리듬을 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세 번째는 하루 10분 요가입니다. 유튜브에 ‘주부 요가’, ‘스트레칭’ 등으로 검색하면 따라 하기 쉬운 영상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숙제하는 시간, 설거지 후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하다 보니 몸의 피로도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소소한 팁
일기 쓸 때 꼭 문장이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메모처럼 단어만 적어도, 나의 감정을 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도심 속에서도 ‘나만의 조용한 공간’을 만드는 법
서울 같은 도심에서는 진짜 조용한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부의 조용함’보다 ‘내 안의 조용함’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제가 선택한 건 카페 대신 공원 벤치였습니다. 강서구에 위치한 ‘봉제산 둘레길’은 가볍게 걷기 좋고, 도보로 10분 내외 거리였습니다. 이곳은 아파트 숲 사이에 있지만, 짧은 시간만 걸어도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주 걷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과 인사도 나누게 되었고, 그 또한 마음의 안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안 해도 되는 것’ 지우기입니다. 저는 스스로 정한 의무감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족의 식사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 매주 정해진 요일에 청소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하나씩 줄였습니다. 하루는 냉동식품을 데워서 차렸고, 또 하루는 반찬 가게를 이용했습니다. 처음엔 죄책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가족도 편안해졌습니다.
소소한 팁
동네 산책길이나 둘레길은 자주 가보세요. 처음엔 걷기 위해 나가지만, 나중엔 마음을 놓기 위해 나가게 됩니다.
내 마음을 살피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몸과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도심에서 살아가는 주부들에게는 작은 불편이 곧 큰 피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내 삶 안에서 조용한 여백을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 10분의 요가, 감정 정리 일기, 나만의 산책길이 쌓이면 그것이 곧 회복의 루틴이 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건강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