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밤 10시 이후, 엄마만을 위한 진짜 나의 시간

by eungaon 2025. 4. 11.

밤 10시 나의 시간


1. 불 꺼진 집, 불 켜진 나

하루가 끝났습니다.
아이는 잠이 들었고,
집안은 조용해졌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장난감도,
쌓여 있는 설거지거리도 그대로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것도 저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밤 10시.
이 시간부터는 오직 저만의 시간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이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몸이 느긋해집니다.

불을 다 끄고
주방 조명 하나만 켜둡니다.
그 조도 아래,
나 혼자만의 온도가 만들어집니다.

예전에는 아이 재우고 나면 바로 누워버렸습니다.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죠.
그런데… 그러고 나면
하루가 나 없이 끝나버린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는 언제 나로 살아보지?”
그 물음이 자꾸만 마음을 눌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10시 이후를 놓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루를 다 살아낸 저에게
주는 작은 보상,
불 꺼진 집 안에서
나만 살짝 불을 켜고 살아보는 그 느낌.
그게 저를 다시 살게 합니다.


2.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시간

밤 10시 이후,
저는 아무 계획이 없습니다.
일부러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압박조차 내려놓고 싶어서요.

가끔은 넷플릭스 드라마 한 편을 틀어놓고
끝까지 보지도 않으면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이 듭니다.

또 어떤 날은
차를 한 잔 타서 창가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창밖 가로등 아래에 떨어진
이파리 하나까지도
마음에 들어옵니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던 것들.

그리고 정말 가끔,
글을 씁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휘갈기듯
오늘 내가 속상했던 일,
웃겼던 아이의 말투,
밥 먹다가 터진 남편과의 소소한 대화까지.

글을 쓰면 정리가 됩니다.
말을 꺼내놓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쌓였던 것들이
슬그머니 풀립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누구도 저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
엄마도, 아내도, 딸도 아닌
그냥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몇 시간.

비록 매일은 못 하지만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이 시간이 있으면
저는 다시 괜찮아집니다.


3. 잠들기 전,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봅니다

11시 30분.
이제 슬슬 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누워
천장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제 안에서 제게 말을 겁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짜증 났던 순간, 잘 참고 넘겼어.”
“밥 대충 해도 괜찮아. 먹었잖아.”
“아이랑 조금 소리 질렀지만, 금방 풀었잖아. 괜찮아.”

이 짧은 말들이
제 안에 쌓였던 자책을 부드럽게 녹여줍니다.

누가 엄마라고 늘 강해야 할까요?
누가 주부라고 늘 완벽해야 하죠?
하루를 버텨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거잖아요.

이렇게 하루를 돌아보는 짧은 시간,
그게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루틴이 됐습니다.

전엔 늘 ‘하루를 망쳤다’는 생각으로 잠들곤 했는데
이젠 다릅니다.
“내가 나를 잘 챙겼다”는 기분으로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내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가장 단단한 밤의 마무리입니다.


마무리하며

하루 종일 가족을 챙기느라
내 마음은 뒷전이었던 날들.
하지만 이제는
밤 10시 이후,
엄마가 아닌 '나'로 숨 쉴 수 있는 시간
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주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불 켜고 커피 한 잔.
조용한 방에 나만 있는 시간.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순간.

그 시간들이 모이면
우리는 더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또 한 번 웃으며 아이를 맞이할 수 있는
엄마의 힘이 됩니다.

오늘 밤,
당신도 당신만의 조명을 켜보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