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이 통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냥 좀... 요즘 내가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툭 던진 말에
"에휴, 너 진짜 많이 참았구나..."
이렇게 진심 섞인 답이 돌아오는 순간,
참 이상하게도 눈물이 핑 도는 날이 있어요.
그러니까,
말이죠.
말이 통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거면 살아지는 날이 생겨요.
저도 그랬어요.
이십 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
서로 육아 얘기만 주고받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은 그냥
“나 너무 지친다, 진심”
이라고 톡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잠깐이라도 나와, 내가 커피 살게."
그 한마디에 어쩐지 갑자기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아,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 한 사람,
그게 이 나이의 ‘내 편’이구나.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보기로 했어요.
밥 먹고, 넋두리하고, 아무 말 대잔치도 하고.
그게, 말하자면 나만의 숨구멍 같은 거예요.
2. 가족 안에서도, 내 편을 키울 수 있다면
사실, 가족은 ‘내 사람’이잖아요?
근데 이상하게도 가장 서운할 때가
바로 가족 안에서일 때가 많아요.
"엄마는 왜 늘 잔소리만 해?"
"또 화냈어~"
이런 말 들을 때면
어딘가 찔리고, 속상하고,
그렇다고 말로 풀기는 더 어렵고.
그러다 생각했어요.
“아, 이게 다 말하지 않아서 그렇구나.”
요즘은요.
아예 말해요.
"나 오늘 하루 종일 일하고 힘들어서
좀 쉬고 싶어."
"저녁은 그냥 냉동식품 돌릴게, 이해 좀 해줘~"
말을 꺼내면 다르게 돌아오더라고요.
남편도 요즘은 저한테 이렇게 물어요.
“밥은 먹었어?”
“오늘은 뭐 하고 싶어?”
그 말 한마디에,
아... 나도 가족 안에서 챙김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 기분 들었어요.
가끔은 아이에게도 말해요.
“엄마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서, 조용히 있고 싶어.”
의외로 애가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알았어, 엄마 방해 안 할게~”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가족 안에서도 내 편을 키워가고 있어요.
3. 마음 맞는 작은 모임이 주는 위로
엄마들 사이에서도요,
진짜 ‘내 사람’이 생길 수 있어요.
아이들 유치원에서 알게 된 엄마들,
그냥 인사만 하다가
어느 날 한 명이
“나 요즘 너무 번아웃이야…”
라고 얘기하는 순간,
서로의 마음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생긴 모임.
딱 네 명.
매달 한 번은 만나기로 했고요.
딱히 뭘 하진 않지만
진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자리.
“나 이번 달 생리 터지고 감정기복 장난 아니야.”
“어제 남편한테 괜히 소리 질렀어. 후회 중…”
“나도 그래. 이상하게 별 거 아닌 일에도 눈물이 나더라.”
이런 대화 속에서
“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그 생각이 들면요,
왠지 어깨에 있던 무게가 조금 덜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 모임이요,
화려하진 않아요.
근데 내가 '그냥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게 바로
‘내 편’을 만드는 힘 아닐까요?
마무리 - 내 편은, 멀리 있지 않아요
사실, 우리 삶에
큰 이벤트는 잘 없잖아요.
근데 그런 일상의 중간중간에
말을 걸 수 있는 사람,
그게 ‘내 편’이고
그게 우리를 살게 하는 힘 같아요.
엄마라고 해서 혼자 다 참고,
혼자 다 감당할 필요 없어요.
말하세요.
도움을 요청하고,
내 감정을 말하고,
때로는 기대세요.
진짜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