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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장바구니엔 마음이 담겨 있어요 – 나를 위한 장보기 리스트

by eungaon 2025. 4. 15.

나를 위한 장보는 사진

 

“엄마는, 너 뭐 좋아해?” 그 말에 멈췄다

며칠 전, 아들이 불쑥 묻더군요.
“엄마는, 너 뭐 좋아해?”
아직 조리도 서툰 아이가 건넨 그 짧은 한 마디가 마음을 때렸어요.
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엄마는... 떡볶이?” 라고 대답했지만,

스스로도 그 말이 진심이 아닌 걸 알았죠.

그날 밤, 식탁 위 장바구니 영수증을 다시 펼쳐봤어요.
두유, 쌀과자, 키즈 요구르트, 유기농 김, 반찬거리들...
내가 좋아하는 게 뭐더라? 내 입맛은 어디로 갔을까.

내 취향, 내 기호, 내 기쁨... 너무 오래 내려놨던 것 같아요.

장보기의 목적이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마트에 들어서면 마음부터 챙깁니다.
아이 간식보다 먼저 나를 위한 무언가를 넣어보는 연습을 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마트 통로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거든요.

예전엔 늘 “필요한 것만 사자”는 생각으로 머릿속 장보기 체크리스트를 붙들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가끔 마음이 끌리는 대로 걸음을 옮깁니다.
새로 나온 허브차를 하나 들여다보고,

예쁜 라벨의 드립 커피를 손에 올려놓고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카트에 담아요.
“그래, 이 정도쯤은 괜찮아.” 그 한마디가 왠지 울컥할 때도 있어요.
누구보다 내가 나를 허락해야 한다는 걸 4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 같아요.

마음이 가는 물건은 삶의 균형을 찾아줍니다

어떤 날은 감정이 벅차오를 때, 일부러 마트를 찾습니다.
의외죠? 하지만 마트는 생각보다 훌륭한 정서 리셋 공간이에요.
정리된 진열대, 익숙한 음악,

무심한 사람들 사이를 걷다보면 복잡했던 감정도 조금씩 정돈되거든요.

그렇게 내 감정이 담긴 장바구니는 점점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기 시작했어요.
소소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쌀국수,

아무도 안 먹어도 좋으니 꼭 챙기는 쌉쌀한 다크초콜릿,
예쁜 유리병에 담긴 수세미나 천연 세제 하나까지.
예전엔 사치라 여겼던 것들이 지금은 나를 회복시키는 작지만 확실한 위로가 됩니다.

이제 장보기는 단순한 생필품 구매가 아니에요.
내 하루의 균형을 맞추는 정서의 투자 같달까요.
그 안엔 나를 위한 배려, 엄마로서의 수고에 대한 격려,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어요.

오늘도 나를 위해, 작은 무언가를 담습니다

살림은 여전히 정신없고,
아이 반찬에 남편 밥상까지 챙기다보면 정신줄 놓기 일쑤예요.
하지만 그런 바쁨 속에서도 마트 한 켠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고르는 순간,
왠지 다시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누가 뭐라 해도, 요즘 내 장바구니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아무도 몰라줘도 괜찮아요. 나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 조그마한 초콜릿 하나,

티백 하나가 오늘 하루 나를 버티게 했다는 걸.

다음번 마트에서도 나는 또 나를 위해 고를 거예요.
“이건 엄마 거야.”
아이에게 웃으며 말해주고 싶어요.
“엄마는 이런 거 좋아해.”
그 말을 당당히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