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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우울증 신호와 대처법 (심리, 건강, 경험공유)

by eungaon 2025. 4. 25.

주부 우울증 여성사진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 무너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주부 우울증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닌, 몸과 생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신호입니다. 제가 직접 겪고 넘겨온 과정을 나눕니다.


1. 우울증은 갑자기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내가 우울한 걸까?’라고 생각했던 시점은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하던 중, 도마 위에 있는 양파를 썰다가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던 날이었습니다. 매운 기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문득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도 모르게 욕실에 들어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후로도 자주 울컥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TV 속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하나, 아이의 말투 하나에도 눈물이 나고, 반대로는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이런 기분의 기복은 점점 ‘무기력’이라는 단어로 굳어졌습니다. 식사도, 집안일도, 외출도 점점 줄어들었고, 말 수도 줄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좀 피곤한가 보다’라고 넘겼지만, 결국 가족이 먼저 알아차렸습니다.

가족과 대화하다가도 괜히 화를 내거나, 대꾸조차 하기 싫은 날이 늘어갔습니다. 감정이 소모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서야 저는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팁
처음 느낀 이상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그 감정을 ‘기록’해보는 게 좋습니다. 그 기록은 전문가와 상담할 때도 유용한 단서가 됩니다.


2. 정신과 상담,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는 게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괜히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너무 나약한 사람처럼 느껴질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저는 이미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고, 용기를 내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습니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병이 아닙니다. 감정의 길을 잃은 겁니다.”
그 한마디에 저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진료는 차분한 질문들로 시작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하는 말을 판단 없이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약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고, 매주 상담을 통해 제가 어떤 생각 패턴에 빠지는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제가 너무 많은 일을 혼자 감당하려 했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상담을 4~5회 정도 진행하면서 제 생활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 나를 위해 하루 30분 비우는 시간 만들기, 일기나 글쓰기 같은 감정 정리 루틴을 병행하니 마음의 리듬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소소한 팁
심리상담소는 보건소나 주민센터를 통해도 연결이 가능하며, 부담 없이 1~2회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시작이 어렵지, 막상 해보면 ‘혼자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3. 내 우울함을 알리는 작은 신호들

지금 돌이켜보면, 우울증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몸은 여러 신호를 보냈지만 제가 무시했을 뿐이었습니다. 가장 흔했던 신호는 수면 장애였습니다. 밤에 잠이 안 오고, 자도 깊이 잠들지 못했으며, 자꾸 새벽에 깼습니다. 피곤하지만 잠을 자고 싶지 않은 이상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이는 낮 동안 무기력함으로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식욕의 변화였습니다. 전에는 잘 먹던 음식도 갑자기 입에 안 맞고, 어떤 날은 과하게 먹어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음식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 신호인데, 그 균형이 무너지면 감정의 흐름도 불안정해졌습니다.

세 번째는 관계 단절입니다. 친구들과의 연락도 줄고, 전화가 와도 받기 싫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게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럴수록 더 고립되고, 더 침잠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나답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인정한 순간부터 회복은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한 번 ‘오늘의 기분’을 점수로 기록하는 루틴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왜 낮은지, 무엇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는지를 적어보면 감정의 흐름이 보입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감정을 보는 힘을 기르면서, 다시 조금씩 나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팁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메모장에 적어보세요. ‘그럴 수도 있어’라는 태도는 우울증을 예방하는 첫 걸음이 됩니다.


결론: 내 감정을 숨기지 말고 꺼내는 용기

주부로서의 삶은 늘 누군가를 챙기고,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면 결국 아무도 챙길 수 없게 됩니다. 우울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입니다.

도심 속에서, 가족 속에서 감정이 고립되지 않도록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세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 나의 감정을 말로 꺼내보는 것, 하루의 기분을 점수로 적는 것 모두가 회복의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는 ‘나는 괜찮지 않다’는 솔직한 인정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