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지?”보다 “집에 뭐 있지?”
오늘도 퇴근길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오늘 저녁은 뭐야?”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
40대 주부라면 다 공감하시죠?
예전엔 그 질문이 참 부담스러웠어요.
그 말이 꼭, “당신, 오늘도 잘 해냈어?”
라고 던져지는 현실 확인 같았거든요.
하지만 요즘 저는요, 마음을 좀 바꿨어요.
뭐든 ‘집에 있는 걸로 해보자’는 생각이 드니까
이상하게도 힘들었던 밥상이 조금은 가벼워졌달까.
냉장고 속 애매하게 남은 두부 반모,
며칠 전 사다 놓고 까먹은 콩나물 한 줌,
김치에 계란 두 개만 있으면요,
15분이면 집밥이 됩니다.
이게 바로 제가 요즘 지키고 있는
“집밥 지키기 선언”의 핵심이에요.
15분이면 충분한, 엄마표 ‘살리는’ 식단 루틴
저는 요즘 식단을 ‘배 채우기’보다
‘마음 살리기’로 접근하고 있어요.
15분이라는 시간은요, 아이가 장난감 치우는 사이,
남편이 샤워하는 사이, 내 숨 고르는 시간 사이사이에서
어떻게든 짜낼 수 있는 유일한 여백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
- 콩나물국 한 냄비 (10분 끓이고 5분 뜸)
- 김치전 하나 (부침가루 없이 그냥 김치+계란+조금의 밀가루)
- 오이지 무침 (냉장고 속 유물 되기 전, 그냥 썰고 무치기)
이 세 가지만 올려도요, 아이 밥그릇 싹 비우고,
남편이 “어우~ 맛있다” 한마디 던져주면
진짜 피로가 쏙 빠져요. 그 순간 느껴지는 거예요.
“아, 나 진짜 대단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 밥상 하나로 오늘을 지킨 거니까요.
외식 유혹은 많아도, 집밥은 다르다
물론, 저도 가끔은 외식이 간절할 때가 있어요.
치우지 않아도 되는 식탁,
설거지 없는 저녁... 진짜 달콤하죠.
하지만요, 자꾸 나가면요,
지갑은 얇아지고 가족 대화는 줄어들더라고요.
밖에서 먹는 밥은 “간편함”은 주지만,
집에서 먹는 밥은 “이야기”를 줘요.
어제도 콩나물국 하나 끓이며
아이가 “엄마, 이건 어떻게 냄새가 고소해?”
남편은 “내일 반찬은 그 무말랭이 어때?”
그 대화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맛이 나더라고요.
그러니 오늘도 선언합니다.
“집밥을 지키는 나는, 나를 지키는 엄마다.”
시간이 없어도, 손이 많이 가도 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밥상이
결국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걸 저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 저녁, 당신의 냉장고엔 뭐가 있나요?
아무것도 없어 보여도,
당신의 손은 오늘도 무언가를 만들어낼 거예요.
그리고 그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의 증거, 삶의 루틴, 그리고 당신의 존재감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