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뭘 좋아했더라, 그 질문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설거지를 끝내고,
소파에 털썩 앉았을 때 문득 떠올랐습니다.
“나는 대체 뭘 좋아했지?”
결혼 전엔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카페에서 멍하니 창밖 보기,
혼자 전시회 다니기,
조용한 책방에서 몇 시간 머물기.
근데 요즘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헷갈렸습니다.
그런데요, 웃기게도
아이의 취향은 선명합니다.
파란색 좋아하고, 자동차 좋아하고,
블럭 쌓고, 공룡 다큐 보면 행복해하고요.
그걸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나도 어릴 땐 그런 시절이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왜,
내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희미해졌을까.
‘취향’은 아무리 작아도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결정적인 단서인데,
그걸 너무 오랫동안 내려놓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다시 해보고 있습니다.
작은 것부터요.
무엇을 볼 때 눈이 반짝이는지,
어떤 물건 앞에서 괜히 마음이 끌리는지
아무 이유 없이 좋았던 것들,
다시 찾아보는 중입니다.
2. 어른의 취향은, 반복 끝에 드러납니다
20대엔 유행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카페도, 옷도, SNS에서 핫한 것들이 제 ‘취향’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40대가 되니
진짜 취향은 유행이 아니라
나한테 익숙하고 편안한 것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요.
🍵 고요한 오후,
허브차를 내려 마시는 그 순간.
📖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
자잘한 에세이를 한 문단씩 천천히 읽는 기분.
🧺 빨래를 다 개고 나서
하얀 이불 위에 정돈된 수건을 포개놓을 때의 뿌듯함.
어느 날은,
색깔이 예쁜 접시 하나 샀다고
기분이 좋아서 하루 종일 쳐다본 적도 있습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쁘지?”
혼자 웃음이 났어요.
이런 게 바로, 어른의 취향입니다.
큰돈이 들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혼자 알 수 있는 미묘한 기쁨들.
이건 단번에 발견되는 게 아니라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그 사이사이에서 슬며시 드러납니다.
“아, 나 이거 좋아했지.”
그 작은 반짝임 하나로
하루가 따뜻해지곤 합니다.
3. 취향은 결국, 나를 지키는 가장 조용한 방식입니다
요즘 저에게 취향은
삶의 쉴 틈 같은 존재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덜 흔들립니다.
물론 여전히 매일 분주합니다.
아이 등원시키고, 반찬 만들고,
청소기 돌리고, 장 보고…
하지만 그 사이에도
저만의 취향 틈새를 꿉니다.
🎶 거실 스피커에서
잔잔한 재즈를 틀어두고 요리하기.
🌿 작은 화분에 물 주면서
잎이 자라는 걸 지켜보기.
📷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색감의 장면을
찍어서 혼자 모아두기.
누가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취향이
제 하루의 결을 달라지게 합니다.
예전엔,
‘이 나이에 무슨 취향 타령이야’ 싶었습니다.
근데요.
지금이니까 오히려 더 필요하단 걸 느낍니다.
40대는
아직도 누군가를 챙겨야 하고,
그 와중에 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시기니까요.
그럴수록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단단한 방어막이 되는지 몰라요.
마무리하며
‘취향’은 결국
내가 나에게 주는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대신 알아줄 수 없고,
누구도 대신 선택해줄 수 없기에
더 소중한 감정이죠.
요즘 저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5분이,
저를 오늘도 나답게 만들어줍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당신은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비싸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마음이 기울어지는 그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만의 작은 기쁨이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