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6시 반, 조용한 집에서 시작하는 '내 시간'
솔직히 예전엔 아침이 너무 싫었습니다.
알람 울리면 눈도 못 뜨고,
겨우겨우 일어나선 부엌에서 멍하니 서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음이 지치고 무기력함이 밀려올 때
"하루 중 나만을 위한 시간, 도대체 언제야?"란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보다 30분만 일찍 일어나 보기.
그 시간은 조용합니다.
부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아직 약하고,
온 집안이 고요하게 숨을 죽이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커피를 내리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음악을 틉니다.
잔잔한 재즈일 때도 있고, 때론 가사가 촘촘한 발라드도 좋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작은 노트를 꺼내
간단히 하루 계획을 적거나
어젯밤 꿈 이야기를 적어보기도 합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어도,
글로 적으며 스스로 정돈되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 시간을 갖고 나면 아침밥을 차리는 마음도 달라집니다.
‘또 하루가 시작됐네…’가 아니라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하는 설렘이 생깁니다.
그 30분,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저에겐 정신적 여유를 다시 채우는 시간입니다.
엄마이기 전에 그냥 나로 존재하는 몇 분.
이 시간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아침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다려집니다.
2. 오전 10시, 몸을 움직이니 마음도 살아났습니다
아이가 등원하고 나면,
예전의 저는 바로 청소나 설거지에 매달리곤 했습니다.
‘할 일부터 하고 쉬자’는 마음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하루가 기운 없이 흘러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몸부터 움직이면 기분도 따라 바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따라 해본 게
홈트레이닝 15분이었습니다.
이게 웬걸요.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날따라 창문 너머 햇살도 더 반짝이고,
거울 속 제 모습도 조금 더 밝아 보였습니다.
처음엔 진짜 겨우겨우 했습니다.
기지개처럼 팔만 들다가
유산소 조금, 요가 조금씩 늘려 갔죠.
지금은 30분 정도 가볍게 하고 나면
샤워하면서 “나 진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시간에 밀린 설거지는 못했어도,
마음이 먼저 정돈되어
오히려 그 뒤의 집안일이 덜 부담스럽더라고요.
운동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납니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 걱정도, 반찬 걱정도 내려놓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도 리셋 버튼이 필요하다고.”
몸을 움직이니 마음이 살고,
마음이 살자 삶이 살만해졌습니다.
3. 오후 3시 반, 소소한 리추얼이 나를 버티게 합니다
아이 하원 전 한두 시간,
그 시간 참 애매하지 않나요?
예전엔 TV 틀어놓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집에 오면 또다시 정신없는 일상이 시작되죠.
근데 요즘 저는 그 시간을
‘내 하루를 마무리 정돈하는 시간’으로 씁니다.
딱 30분만 정리합니다.
책상 서랍을 하나 열어 필요한 것만 남기거나
욕실 수건장 같은 작고 애매한 공간을 정리합니다.
매일 한 공간씩만 하면
일주일 뒤엔 집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나면 차 한 잔을 내립니다.
주로 보이차나 허브티 같은 따뜻한 차입니다.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그래, 나 이만하면 괜찮게 살고 있구나.”
그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가끔은 짧은 일기나 감사일기를 씁니다.
“오늘은 아이가 웃으면서 등원했다.”
“남편이 설거지를 해줬다.”
“내가 짜증을 한 번도 안 냈다.”
별거 아닌 문장이지만,
그걸 적으며 하루를 돌아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집니다.
요즘엔 친구에게도 꼭 말합니다.
“하루에 30분, 나만을 위해 꼭 써봐.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삶이 진짜 달라져.”
마무리하며
40대가 되면서 깨닫는 게 하나 있습니다.
삶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루틴에서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루틴이 시간 낭비 같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겐 이 모든 것들이
하루를 '살아내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살면 진짜 괜찮겠다.’
그 생각이 들게 만든 저의 루틴,
혹시 지금 조금 지치셨다면
오늘부터 한 가지만 따라 해보시길 바랍니다.
분명히…
조금씩 마음이 살아나는 걸 느끼게 되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