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이 그리웠다
"엄마, 여보, 아줌마... 그 안에 나는 있었지만, 없기도 했다."“엄마”라는 말은 분명 따뜻한데, 이상하게 자꾸 잊혀져요“엄마~ 이거 좀 봐줘!”“여보, 이따 장 좀 봐줘.”“아줌마! 여기요!”하루에도 수십 번, 나를 부르는 목소리들이 있어요.그 말 속엔 애정도 있고, 필요도 있고, 또 일도 있죠.근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나는 오늘, 내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었나?’남편은 결혼하고 나서 한참을 "자기야"라고 불렀어요.그 ‘자기’는 이름보다 더 달달하게 느껴졌던 말이죠.근데 아이가 생기고 나선 그 말도, 자연스럽게 "여보"로 바뀌었어요.정이 없다는 건 아닌데,이름을 부르지 않는 사이,어딘가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흐릿해진 것 같았어요.언젠가 병원 예약을 하려는데, 습관처럼 “김유진 엄..
2025. 4. 23.
우리 가족을 위한 ‘숨은 일꾼 시간표’
– 아무도 몰라도 매일 정성껏 돌아가는 엄마의 하루1. 하루의 엔진, 아무도 모르게 먼저 도는 아침아직 해도 뜨지 않은 아침 6시.거실은 조용하고, 창밖은 어둡다.모두가 자고 있을 때, 나는 오늘의 첫 발걸음을 뗀다.그 조용한 정적 속에서 주방 불을 켜는 찰나,문득 ‘이 시간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시간.나만의 온전한 구간.커피포트를 돌려놓고,쌀을 씻으며 오늘 하루를 그려본다.남편은 바빠서 간단히 먹고 나갈 테고,아이는 김을 싸줘야 잘 먹는다.오늘은 된장국을 끓일까, 어제 남은 채소를 볶을까…이런 고민이 매일인데도 신기하게 지겹지가 않다.마치 작은 식당 사장님이 된 기분이랄까.도시락을 싸고, 수저를 챙기고, 반찬통을 꺼내면서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하루를 돌린다.이 ..
2025. 4. 16.
요즘 내 장바구니엔 마음이 담겨 있어요 – 나를 위한 장보기 리스트
“엄마는, 너 뭐 좋아해?” 그 말에 멈췄다며칠 전, 아들이 불쑥 묻더군요.“엄마는, 너 뭐 좋아해?”아직 조리도 서툰 아이가 건넨 그 짧은 한 마디가 마음을 때렸어요.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엄마는... 떡볶이?” 라고 대답했지만,스스로도 그 말이 진심이 아닌 걸 알았죠.그날 밤, 식탁 위 장바구니 영수증을 다시 펼쳐봤어요.두유, 쌀과자, 키즈 요구르트, 유기농 김, 반찬거리들...내가 좋아하는 게 뭐더라? 내 입맛은 어디로 갔을까.내 취향, 내 기호, 내 기쁨... 너무 오래 내려놨던 것 같아요.장보기의 목적이 달라졌습니다요즘은 마트에 들어서면 마음부터 챙깁니다.아이 간식보다 먼저 나를 위한 무언가를 넣어보는 연습을 해요.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마트 통로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
2025. 4. 15.